막 세탁을 마치고 나온 젖은 옷들이 빨래 건조기 안에서 천천히 말라 간다. 섬유린스의 은은한 코튼향이 집안에 가득 퍼지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쾌적한 가을바람에 몸도 마음도 느긋해지는 휴일 오후.. 말끔히 물청소를 해 놓은 베란다의 방충망 앞에 희동이가 한참을 앉아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지나가는 차들도 보고, 견주와 보폭을 맞춰 산책 중인 다른 집 강아지도 내려다보고 , 건물 사이로 날아가는 까치와 산비둘기도 구경하고, 앞 동 옥상 꼭대기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커다란 은색 환풍기도 쳐다보고 있는 것이리라. 바깥세상을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는 토실토실한 희동이 뒷모습을 보면서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저러고 앉아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방마다 다니며 서랍이란 서랍은 다 들어가 보고 선반이란 선반엔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