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며칠새 완연한 가을 햇살로 바뀌어 있다. 가을이라고 어디에 쓰여 있는 건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가을의 햇살이다. 지난주는 명절 특수로 인해 몹시도 바쁜 날들이었다. 연휴 동안 여유롭게 쇼핑을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추석도 쉬지 못하고 꼬박 일했던 동료들 덕분에 공포의 긴 시간들을 무사히 지나온 것에 감사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맞는 휴무. 할 일은 산더미인데 지쳐있는 몸이 선뜻 일으켜지질 않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제외한 모든 곳이 쑤시고 아프다. 딸아이가 맛있게 끓여 놓은 김치찌개에 비벼 밥 한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먹고, 커피 한잔을 내리고 빛깔 좋은 햇사과 반쪽을 접시에 깎아 놓는다. 작게 자른 사과 한쪽은 잘게 다져서 북봉이 (새 ) 간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