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3

너희도 가을 같아.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며칠새 완연한 가을 햇살로 바뀌어 있다. 가을이라고 어디에 쓰여 있는 건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가을의 햇살이다. 지난주는 명절 특수로 인해 몹시도 바쁜 날들이었다. 연휴 동안 여유롭게 쇼핑을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추석도 쉬지 못하고 꼬박 일했던 동료들 덕분에 공포의 긴 시간들을 무사히 지나온 것에 감사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맞는 휴무. 할 일은 산더미인데 지쳐있는 몸이 선뜻 일으켜지질 않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제외한 모든 곳이 쑤시고 아프다. 딸아이가 맛있게 끓여 놓은 김치찌개에 비벼 밥 한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먹고, 커피 한잔을 내리고 빛깔 좋은 햇사과 반쪽을 접시에 깎아 놓는다. 작게 자른 사과 한쪽은 잘게 다져서 북봉이 (새 ) 간식으로 ..

일상 이야기 2024.09.23

그리고...

휴무인 오늘 아침은 알람을 해제해 놓고 10시 반이 넘도록 늦잠을 잤다. 밤 사이 우리 집 동물들이 협소한 내 등짝을 도움닫기 삼아 침대 위를 날라 다니고, 할짝할짝 물을 먹고 오도독 거리며 사료를 먹는 소리를 모두 들으며 가수면 상태로 자다가 새벽녘쯤 이 녀석들이 놀다 지쳐 잠들 때에 맞춰 나도 숙면에 들어갔다. 방 문 앞에 울타리를 세워놓고 방으로 통하는 베란다 통로에도 높은 수납형 의자를 놓았지만, 높이뛰기 선수인 녀석들을 막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일로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수면의 질보다 콩이, 연이, 희동이가 소중하니까. 집안이 어두운걸 보니 비가 올 모양이다. 쉬는 날에 내리는 비라니, 너무 좋잖아~ 캐비넷을 열어 안성탕면을 꺼내고 달걀한알을 가져와 라면을 ..

일상 이야기 2024.09.05

휴일 즐기기

평소 퇴근시간이 늦다보니 강아지들 산책 시키기가 쉽지 않다. 가방만 내려 놓고 바로 콩이,연이를 데리고 나갔다 오리라 결심 했다가도 집에 들어서면 얼른 씻고 쉬어야겠다는 생각 뿐.. 오늘같은 휴일에 산책을 충분히 시켜야 하는데 오전부터 종일 비가 오락가락이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어제 다이소에서 사 온 미술도구를 꺼낸다. 여태는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으로만 그림을 그렸는데 어제는 문득 파스텔 크레파스를 사고 싶었다. 어릴 때 미술시간에 써본 이후로 몇 십년만에 다시 만져보는 크레파스다. 내가 산 건 오일파스텔이라고 쓰여 있는데 검색해보니 고급 크레파스라고 하며 이름처럼 찰지고 오일리한 느낌이 강하다. 찐득한 크레파스 가루가 식탁 위에 묻고, 마시고 있는 커피잔 손잡이에 들러 붙고 난장판이지만 오히려 재..

일상 이야기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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