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씨는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새끼들에게 넉넉히 차비를 쥐어 주고, 학교 끝나면 친구들하고 붕어빵이라도 사 먹으라며 얼마 안 되는 용돈이라도 쥐어 주고 명절을 앞두고는 새 옷은 못 사줄 망정 새 양말이라도 한 짝씩 사주는 자신의 모습을 소환해 내고 싶었다. 그러나 기억이 하나씩 떠오를수록 민자 씨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이들의 증언대로 그녀의 기억 속에도 너그러운 민자 씨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케치북을 사야 한다는 셋째의 말에 "언니한테 빌려서 가! "라고 말하는 무뚝뚝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소풍을 가는 아이들의 김밥 재료를 사면서 소시지를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는 소심한 모습이 떠올랐고, 과일장사를 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늘 상품가치가 떨어진 시든 과일만 먹이는 인색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