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리는 주말 저녁.아들아이가 차를 빌려간 바람에 집까지 20여분 정도를 걸어서 퇴근하는 길.비가 내리는 기온이라 아주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1월 말일이니만큼 목덜미가 서늘해서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젖은 낙엽을 밟으며 타박타박 걷는다.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딸아이 전화다.친구가 놀러 와서 그러니 자기 집에 들러 강아지들을 좀 데려가 달라는 부탁 전화.딸아이집은 우리 집에서 1km쯤 떨어져 있으니 직장에서 집까지 걸어간 거리만큼을 또 걸어가야 하는데, 종일 일하고 퇴근하는 엄마 생각은 안 하는구나 싶은 게 한숨이 저절로 쉬어진다.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테니 일단 서운함은 접어두고, 딸아이 집을 향해 씩씩하게 또 걷는다.오랜만에 보는 딸아이 친구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들을 데리고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