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3

오늘도 해피엔딩

겨울비가 내리는 주말 저녁.아들아이가 차를 빌려간 바람에 집까지 20여분 정도를 걸어서 퇴근하는 길.비가 내리는 기온이라 아주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1월 말일이니만큼 목덜미가 서늘해서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젖은 낙엽을 밟으며 타박타박 걷는다.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딸아이 전화다.친구가 놀러 와서 그러니 자기 집에 들러 강아지들을 좀 데려가 달라는 부탁 전화.딸아이집은 우리 집에서 1km쯤 떨어져 있으니 직장에서 집까지 걸어간 거리만큼을 또 걸어가야 하는데, 종일 일하고 퇴근하는 엄마 생각은 안 하는구나 싶은 게 한숨이 저절로 쉬어진다.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테니 일단 서운함은 접어두고, 딸아이 집을 향해 씩씩하게 또 걷는다.오랜만에 보는 딸아이 친구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들을 데리고 아파트..

일상 이야기 2024.12.01

저도 금손이고 싶습니다.

비가 곧 쏟아질 듯 흐린 날이다. 이틀간의 휴무가 지나가 버리기 전에 미용실에 다녀오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는 종일 모자를 쓰고 머리를 묶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헤어스타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워낙에도 펌을 해 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리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굵은 반곱슬 머리라서 매직을 하거나 펌을 해도 티가 별로 안날뿐더러 머리 손질도 잘 못하는 똥손이라 내추럴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척 하며 방치해 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다. 올해 초에 미용실을 다녀온 뒤로 반년이 지나는 동안 짧았던 머리가 꽤 길어져서 아침마다 드라이기로 말리기가 영 성가시고 귀찮았다. 길이를 좀 자르고 잔뜩 생겨난 흰 머리를 염색도 할 겸 예약을 안해도 되..

일상 이야기 2024.07.10

저의 그림 전시회에 당신을 초대 합니다.

작년 5월쯤인가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더랬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그것들을 그려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어났다. 나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 했을 때 미루는 성격이 못된다. 바로 일어나 다이소로 뛰어 가서 스케치북과 아크릴 물감, 수채화 물감, 여러 사이즈의 붓들, 4B연필, 지우개, 색연필, 연필깎이, 다양한 사이즈의 캔버스를 한 보따리 사들고 왔다. 나는 다소 충동적인 성격인 반면 계획적이지는 못하다. 무얼 어디에 그리고 색칠은 무엇으로 할지 피사체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그런 계산은 1도 하지 못한다. 일단 연필을 들고 망설임 없이 선을 긋고 바로 색을 칠한다. 제일 처음 그린 건 사과였다. 마침 집에 있던 딸아이와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서 각자 사과를 그리기 시작했다..

일상 이야기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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