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설거지를 하려고 노란 고무장갑을 끼다가 왼쪽 장갑의 가운데 손가락 부분이 1센티쯤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아마도 어제저녁 꽃게를 손질하면서 찢긴 듯하다.생활용품을 넣어 둔 붙박이장을 열고 이번엔 민트색 고무장갑을 꺼낸다. 나는 똑같은 색깔의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증이 나서다.다양한 컬러의 고무장갑을 골고루 사놓고 돌아가면서 쓴다.그것은 내게는 일종의 기분전환이고 작은 행복으로 작용한다.내친김에 오렌지와 빨간색이 섞인 실수세미도 바꾸기로 한다. 가운데 동그라미는 하얗고 테두리로 갈수록 파란색 그라데이션이 된 여동생이 떠 준 수세미다. 새 장갑과 새 수세미로 하는 설거지는 노동이 아니다. 즐거움이다.그릇들을 깨끗이 헹구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떠올려본다.마트에서 사 온 고구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