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을 고루 펴 바르고 과하지 않은 옅은 립스틱으로 칙칙한 입술에 약간의 혈색을 부여하고서 여름내 신었던 헐렁한 샌들 대신 오랜만에 운동화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선다.집 앞 큰 도로에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던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어느새 나뭇잎이 제법 떨어져 뒹굴고 있다.나도 예외 없이 어마어마하게 끓어오르던 계절을 지나온 것이 분명한데 왜 내 기억은 여름을 건너뛰려 하는 건지 잠시 난감한 기분이 된다.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을 보며 걷다가 횡단보도 근처에서 멈춘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아직은 따가운 햇살을 피해 가까운 나무 아래 그늘에 서 있다가 내 옆을 지나 횡단보도로 다가가는 한 아주머니를 본다. 흰 머리카락이 많이 섞인 짧은 커트 머리에 다소 어두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