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이야기

화는 습관이다.

롤리팝귀걸이 2026. 3. 2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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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들었던 오늘의 산책.
두 걸음 가다 말고 돌아서 거꾸로 다섯 걸음 가고,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안아달라고 조르는 청개구리 같은 연이를 보며 괜히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되고, 콩이는 왼쪽에서 당기고 연이는 오른쪽에서 당겨 길 한복판에서 양팔을 활짝 벌리고 오도 가도 못하는 웃긴 상황도 오늘따라 하나도 즐겁지가 않고, 하다못해 산책로 곳곳에 심어진 가시나무들이 갑자기 꼴 보기가 싫고.

아놔~ 아이들이 자전거 타다가 뾰족한 가시 위로 넘어지거나 강아지들이 킁킁 냄새 맡다가 눈이라도 찔리면 어떡하려고?
이거 이거 공원 관리자를 불러~말어!
시청에 민원전화를 걸어~말어!

생각해 본다.
오늘 나는 왜 이리 심기가 불편하지?
콩이와 연이가 평소 안 하던 짓을 한 것이 있나?
이 길의 섬뜩한 가시나무들이 어제는 없었던가?

아니다.
늘 해오던 행동, 볼 때마다 늘 귀엽기만 했던 모습들, 늘 봐오던 풍경인데 왠지 나 혼자 그냥 짜증이 나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거다.
며칠째 계속되는 불면증과 그로 인한 피로감 때문일까?
아니면 갱년기 증세?
어쩌면 저 놈의 미세먼지 때문일지도?

언젠가 운전 중에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면서 인도에 서있는 두 여인과 개를 본 기억이 난다.
그들도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며 대기선 앞에 서 있었는데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대뜸 옆에  있는 개를 발로 몇 차례나 걷어차는 게 아닌가.
처음엔 설마 장난이겠지 생각했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개가 몸을 웅크리고 뒤로 숨으려고 하는대도 그녀는 줄을 바짝 당기고 더 세게 발길질을 해댔고 옆에 있는 아가씨는 늘 있던 일이라는 듯 멀뚱히 맞고 있는 개를 내려다볼 뿐 엄마를 말리거나 개를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차에서 그 광경을 보던 나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일단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이 ㄸㄹㅇ야~강아지 때리지 마!!!
라고 할까?
아냐 아냐. 그건 너무 좋은 표현이잖아.
야~이 狂女ㄴ(광녀ㄴ)아. 당장 멈추지 못해?
가 낫겠어!

지지직.. 심호흡을 하고 창문을 3분에 1쯤 내렸을 때였다.
빠방 빵빵~~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는대도 계속 발길질 중인 여자를 보고 있느라 출발을 하지 않는 나를 뒷 차들이 들이받기 직전이었다.
욕 한마디 못 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때의 그 슬픔과 분노가 지금 갑자기 떠오르는 까닭이 뭘까.

나는 화가 많지는 않은데 오늘같이 별 원인도 없이 짜증이 나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그때 본 여자의 행동이 떠오른 거 같다.
나는 그녀를 옹호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녀는 뭔가 단단히 화가 나 있었을지 모른다.
사촌이 땅을 샀을 수도 있고
남편이 간밤에 외박을 했을 수도 있고
사놓은 주식이 상폐가 됐을 수도 있고
옆에 있는 딸이 속을 썩이는데 차마 딸을 때릴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화는 오롯이 그 사람 본인의 것이다.
억울하겠지만 그것은 당사자의 감정일 뿐 무언가에게  풀라고 허락되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죄 없는 갱년기와 미세먼지 탓을 하지 말고  화를 제조해 낸 나 자신을 탓해야 맞다.
화가 나면 스스로 해결해야지 그걸 졸렬하게 다른 대상에게 왜 푼단말인가.
하물며 말 못 하는 동물에게 화를 내는 건 악 중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차창을 내리고 욕을 하려고 했던 나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잘한 건 아닐 거다.
혹시라도 다시 그런 상황을 보게 된다면 나도 화내지 말고 좀 순화해서 말해야겠다.
"어이~ 거기 강아지 때리는 못난 아줌마.
다음엔 꼭 개로 태어나셔서 주인한테 발길질 당해보시길 제가 기원할게요~"라고...

                사랑스런 청개구리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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