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4

So happy

따뜻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평화로운 휴일.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에 특별한 반찬 없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으면서 오늘은 식구들 이불을 좀 더 두꺼운 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안방 침대 위 이불과 토퍼를 걷어내고 새 이불로 교체하는데, 콩이와 연이가 앞다투어 뛰어 들어와 새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기 시작한다. 늘상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어쩜 저리 아이들과 하는 짓이 비슷할까 신기하게 느껴진다. 깨끗하게 빨래가 된 보송 거리는 이불을 좋아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동물들이 코를 비비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좋아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재밌다. 좀처럼 비켜주지 않는 콩이, 연이를 겨우 내려 보내고 안방 침구정리를 마저 끝냈다. 자고 있는 아들아이 방은 나중에 정리하기로 하고, ..

너희도 가을 같아.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며칠새 완연한 가을 햇살로 바뀌어 있다. 가을이라고 어디에 쓰여 있는 건 아니지만 뭔지 모르게 가을의 햇살이다. 지난주는 명절 특수로 인해 몹시도 바쁜 날들이었다. 연휴 동안 여유롭게 쇼핑을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추석도 쉬지 못하고 꼬박 일했던 동료들 덕분에 공포의 긴 시간들을 무사히 지나온 것에 감사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맞는 휴무. 할 일은 산더미인데 지쳐있는 몸이 선뜻 일으켜지질 않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을 제외한 모든 곳이 쑤시고 아프다. 딸아이가 맛있게 끓여 놓은 김치찌개에 비벼 밥 한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먹고, 커피 한잔을 내리고 빛깔 좋은 햇사과 반쪽을 접시에 깎아 놓는다. 작게 자른 사과 한쪽은 잘게 다져서 북봉이 (새 ) 간식으로 ..

일상 이야기 2024.09.23

고양이를 모십니다.

나는 고양이를 키운다. 내가 "고영희씨" 라고 불렀던 치즈냥이 고양이가 낳은 새끼라서 "희동이"라고 조카가 이름을 지어 줬는데, 똥꼬발랄하고 개구진 성격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 된다. 희동이는 나의 껌딱지이다. 흔히 개냥이라고 구분하는 고양이에 해당 하는데 유난히도 나를 잘 따른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딱 열면 희동이와 눈이 먼저 마주친다. 막내인 희동이를 먼저 안아 주고 싶지만, 입양 고참인 두 마리의 강아지들과 먼저 인사를 하는 게 우리 집의 룰이다. 그러지 않으면 콩이, 연이는 멈추지 않는 열정적인 꼬리팰러 때문에 어쩌면 까만 코가 천장에 닿을 때까지 두둥실 날아 오를지도 모르니까.. 내가 콩이, 연이와 재회의 몸부림을 칠 동안 희동이는 멀찍이 떨어져서 세상 애처로운 소리로 야옹 거린다. 아주..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콩이는 2021년 1월에 딸아이가 입양 했다. 콩이 입양 전에 키우던 두 마리의 개가 모두 나이 들어 차례로 죽고, 나는 말로만 듣던 펫로스 증후군에 한동안 잠식 되어 있었다. 적어도 1년 반 이상을 사진만 봐도 울고 꿈에만 나와도 울고 그 개들이 묻힌 곳을 지나만 가도 울었다. 남동생이 그러지 말고 다른 개를 데려와 키워 보라고 권했지만, 단호하게 거절 했다. 그건 죽은 개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때 나는 죽은 개들에게 집착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딸아이가 강아지를 입양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는 하지 않았다. 딸아이의 선택에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콩이가 왔다. 콩이라는 이름이 너무 흔한 걸 알고 있었지만, 딸아이가 붙여 준 이름이라 신경 쓰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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