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는 2021년 1월에 딸아이가 입양 했다.
콩이 입양 전에 키우던 두 마리의 개가 모두 나이 들어 차례로 죽고, 나는 말로만 듣던 펫로스 증후군에 한동안 잠식 되어 있었다. 적어도 1년 반 이상을 사진만 봐도 울고 꿈에만 나와도 울고 그 개들이 묻힌 곳을 지나만 가도 울었다.
남동생이 그러지 말고 다른 개를 데려와 키워 보라고 권했지만, 단호하게 거절 했다. 그건 죽은 개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때 나는 죽은 개들에게 집착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딸아이가 강아지를 입양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는 하지 않았다. 딸아이의 선택에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콩이가 왔다.
콩이라는 이름이 너무 흔한 걸 알고 있었지만, 딸아이가 붙여 준 이름이라 신경 쓰지도 않았다.
딸을 존중 하는 세상 쿨한 엄마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건 무관심이었다.
죽은 두 마리의 개들은 나에겐 자식과도 같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자식에 비유하는 것이 과장이 아닌 걸 나는 안다. 그러나, 나의 이런 견해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유아기 때부터 늘 가지고 있던 애착인형을 성인이 되어서도 캐리어 가방 안에 넣어 여행을 갈 정도로 소중히 여긴다면 그 인형은 이미 그 사람에겐 가족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아니~ 그건 장난감 인형일 뿐이지 절대 가족이 될 수 없어! 라고 해야 할까?
하물며 십수년을 내가 밥 먹이고 씻겨 가며 키운 반려동물이 왜 자식처럼 느껴지지 않겠나.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지 절대 조롱 받거나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어쨌든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로서는 이해 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도 알기에 이쯤에서 각설하고 다시 콩이 이야기로 돌아간다. 콩이의 엄마는 콩이를 포함한 네 마리의 새끼를 길에서 출산 했다. 유기견 단체에서 콩이 가족을 구조해 입양 공고를 냈을 때 딸아이가 그걸 보게 됐고 처음엔 콩이와 콩이 엄마를 함께 입양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콩이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먼저 입양이 됐고 남은 콩이만 데려 오게 된 것이다.
콩이는 까만 얼굴에 몸은 하얗고 검은 점이 있다.
짐캐리가 주연한 영화 '마스크' 에 나오는 개와 거의 똑같은 생김새다.
콩이는 사람으로 치자면 천재소녀 였다.
하나를 가르치면 서너개를 해 냈고 사람과의 친화력이 매우 뛰어 났다.
똘똘하고 해맑은 콩이는 빠르게 나를 치유 시켰다.
나중에 입양한 연이와 희동이에게 사랑을 조금 빼앗기긴 했지만, 콩이는 늘 의젓하고 늘 유쾌하다.
나를 빤히 바라볼 때의 그 까맣고 깊은 눈은 늘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거 처럼 느껴진다.
이름으로는 제일 많고 흔하지만, 우리에게 콩이는 그 무엇보다도 유니크한 사랑스러운 존재.
소중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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