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동이를 만난 지 1년이 되어간다.
남편이 운영하던 카페의 뒷동산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먹만 한 희동이를 처음 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 고양이가 함께 있었는데 초겨울이 되고 우리 가족이 카페를 그만둘 때가 되자 엄마 고양이가 홀연히 사라졌다.
엄마와 함께 있는 희동이 ㅠㅠ
남겨진 희동이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지만, 사람 손을 타본 적이 없는 야생 새끼 고양이를 과연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일단 츄르를 좀 사고 긴 막대 끝에 깃털이 달린 고양이 낚시 장난감을 사서 희동이를 유인하기로 했다.
딸아이가 인내심을 갖고 며칠간 츄르를 사료그릇에 짜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주던 어느 날 드디어 희동이를 잡는데 성공은 했지만, 느닷없이 케이지에 실려 낯선 공간에 오게 된 희동이는 꽤 오랫동안 내 침대 밑에 숨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 희동이를 나오게 한 게 바로 처음 놀아주었던 깃털 달린 낚시 장난감이었다.
희동이의 깃털 낚싯대
선물 받은 다른 장난감과 낚싯대도 여러 개 있었지만, 희동이의 최애는 역시 맨 처음 접했던 그 낚싯대였다.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으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희동이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깃털이 몽땅 빠지고 막대기만 덩그러니 남아버렸을 때 나는 선물 포장용 리본을 막대기 끝에 매달아 주었다.
너덜너덜해진 리본^^
그 리본은 꽤 견고해서 지금까지도 희동이의 최애 장난감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 리본으로 갈아줄까 하다가도 희동이의 손때 묻은 리본이라 나는 차마 그것을 떼어버릴 수가 없다.
매일 저녁 지쳐서 퇴근을 하지만 리본 낚싯대로 희동이와 놀아주는 일은 거의 거르지 않는다.
거실 한켠 장난감 바구니에 넣어 두면 어느새 내 침대 위에 물어다 놓기도 하는데 어떻게 그 마음을 모른 체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나는 희동 아씨의 총애를 받는 충직한 집사가 아닌가~
오늘도 나는 열심히 고양이를 모신다.
사랑스런 희동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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