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 앉아 고양이 낚싯대로 희동이를 부른다.
낚싯대를 요란하게 흔들어 댈수록 희동이는 더 신이 나는 모양이다. 침대 아래 깔아 놓은 카펫 위를 우다다다 뛰어다니며 낚싯대 끝에 매달린 초록색 리본을 사냥하다가, 작고 하얀 발가락 사이에 리본이 걸려들면 보란 듯이 씩씩 거리며 침대 위로 물고 올라온다.
내가 앉은 발치에 그것을 당당히 내려놓고 나를 한번 보고 이빨자국 가득한 리본을 한번 보고 어서 낚싯대를 다시 던져보라고 무언의 재촉을 한다.
점점 두둑해지는 희동이의 폭신한 뱃살이 가쁘게 숨을 몰아 쉬다가, 충분히 놀았는지 아무렇게나 리본을 뱉어 놓고 언제 뛰어다녔냐는 듯 세상 편한 자세로 잠이 든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희동이의 감겨있는 갈색 속눈썹을 조용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물구나무서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물구나무서기를 마지막으로 해본 게 언제일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물구나무를 하고 바라보는 것들이 그저 재미있었던 기억들 뿐..
거꾸로 보이는 언니와 동생들, 거꾸로 보이는 나무색 5단 서랍장, 거꾸로 보이는 작은 창문, 거꾸로 보이는 방바닥의 자잘한 먼지들..
물구나무를 서 보기로 한다.
맨 땅에 할 자신은 없고 벽 밑에 베개를 놓고 일단 머리를 숙이고 심호흡을 해 본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나의 몸뚱이.
과연 이걸 들어 올릴 수 있을까?
하나 둘 세엣!
생각했던 거보다는 쉽게 물구나무서기에 성공한다.
다만 다리가 곧게 뻗어지질 않고 평소에도 아픈 왼쪽 어깨에 느껴지는 찌르는 듯 날카로운 통증.
오래 버티지 못하고 둔탁하게 다리를 내린다.
몇 초 동안 거꾸로 서서 본건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내려다보는 희동이의 놀란 얼굴뿐..
베개를 제 자리에 놓고 희동이를 한번 쓰다듬는다.
집사~ 방금 그거 뭐 한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희동이의 놀란 표정^^
어깨가 좀 나으면 그때는 오래 물구나무를 서 보고 싶다. 거꾸로 보이는 그림들, 거꾸로 보이는 캣타워, 거꾸로 보이는 갈색 희동이를 천천히 볼 수 있게...
사랑스런 나의 희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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