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3

말의 힘

오늘의 도시락은 고소한 호두가 잔뜩 들어간 멸치볶음과 싱싱한 쌈채소.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나를 보고 막 샤워를 하고 나와 정수기 물을 따라 마시고 있던 아들아이가 말했다. "엄마~반찬이 너무 부실한 거 아냐? 잘 먹어야 돼~" 며칠째 야근 근무중이라 오랜만에 보는 거 같은 아들아이의 말 한마디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들아이는 이쁘게 말을 하는 편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곤 하는데 다행히 나의 두 아이들도 그런 쪽이다. 고객을 응대 하다보면 나이가 든 사람들일수록 말이 거칠고 신경질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볼때마다 혹시 나도 그런 적이 있진 않았나 곱씹어 본다. 차가운 말은 칼이 될수 있다. 그러나, 따뜻한 말은 그 칼에 베인 아픈 상처를..

일상 이야기 2024.07.12

not bad

바람이 심한 토요일이다. 출근을 해서 열심히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 잠시 벤치에 나와 앉아 있는 지금,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지만 히터에서 나오는 듯한 뜨뜻 미지근한 바람 같아 청량감은 없다. 흐린 하늘에 잔뜩 낀 구름들은 바람을 따라 빠르게 흘러 간다. 주말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의 고객이 많은 편이라 여기저기에서 아기들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공룡들을 보여 주기 위해 아빠는 어린 아들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입술에 피칠갑을 한 티라노사우르스를 가까이에서 본 아들은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가 놀라 우는 건 참으로 안타깝지만, 멀찍이 앉아 지켜 보는 입장은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 덥고 끈적이고 시끄럽고 그러나, 나쁘지 않은 토요일.

일상 이야기 2024.07.06

소풍

비가 내리는 주말, 야외주차장에 서 있는 내 애마는 깨끗하게 세수 하고 나온 아이처럼 반짝 거린다. 차 문을 열고 문짝에 우산을 받쳐 놓고 도시락 가방을 연다. 볶음밥에 달걀 후라이와 양반김 하나, 가지런히 썰어 담은 파프리카 한 통. 직원들도 평일에는 아울렛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말과 공휴일은 야외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한다. 점심으로 주로 도시락을 싸 오는 나는 뒷 좌석에 거의 눞다시피 앉아 세상 편한 자세로 도시락을 먹는다. 일을 다니면서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 중에 소풍 나온 거 같은 이 시간이 포함 된다. 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잦아 든다. 내가 도시락을 먹는 동안 만이라도 폭우처럼 쏟아져도 좋을 것을..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배도 부르고, 비도 내리고, 새로 처..

일상 이야기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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