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이야기

연이의 아킬레스건

롤리팝귀걸이 2024. 6. 2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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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마리의 개와 한 마리의 고양이, 한 마리의 문조(새)와 살고 있다.
두 마리의 개는 모두 암컷으로 유기견 보호센터를 통해 각각 입양 했는데, 4살 정도로 추정되는 연이와 3살이 된 콩이 이다.
연이의 구조 당시 사진을 보면 꼬질꼬질한 노란 옷을 입고 웅크려 있는 모습이고, 엄마개와 함께 구조된 강아지였던 콩이는 안타깝게도 사진은 없다.
임시보호 중이던 동물병원으로 처음 연이를 데리러 갔을 때 연이는 우리(딸아이와 동행)가 자기를 데리러 온 걸 아는 것처럼 내 품에 찰싹 안겨 왔었다.
동물병원 직원이 말하길 " 몽쉘이는 겁도 많고 식탐도 많고, 질투도 많아요~"
병원에서 지어 준 이름이 몽쉘이었다.
롯데 몽쉘 케잌처럼 초코와 흰 색이 섞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 같았다.
연이를 데려올 당시에 집에는 두달 먼저 입양된 콩이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강아지였던 콩이는 연이가 오자 헤어진 엄마라도 만난 양 좋아서 겅중 거렸고, 연이는 오자마자 콩이의 등짝에 스매싱을 날렸다.
연이는 역시 식탐이 많고, 질투도 많았다. 지금도 내가 콩이를 이뻐하는 걸 보면 바로 콩이에게 스매싱이 날아간다.
그런데, 연이는 겁이 많은가?
그 부분은 동물병원 직원의 말에  동의 하기가 어려웠다. 네 마리의 동물 중 성깔대장인 연이가 겁을 먹은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연이가 겁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건 많은 비가 예보 된 어느 날 저녁이었다.
갑자기 사시나무 떨 듯 경련을 일으키는 연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혀를 쑥 빼고 온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떠는 증세가 진정 되질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디가 아픈거 같진 않은데 분명 무언가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혹시 사람 눈에는 안 보이지만 동물 눈에는 보인다는 ㄱ ㅅ? 연이를 끌어 안고 천장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멀리서 천둥 소리가 들렸다.
' 저녁에 비가 온댔지~'
연이의 떨림은 잦아들질 않고 천둥소리는 점점 가까워고 있었다. 콰광!!!
천둥이 창밖에 서서 노크라도 하는 거처럼 크게 한방 쳤을 때 연이의 공포도 최고점에 달한 듯 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였고 이빨이 딱딱 부딪힐 정도였다. 얼른 이불로 연이를 덮고 꽉 끌어 안아 진정 시켰다.
잠시 후 천둥이가 물러 가자 연이의 숨소리가 차츰 작아지더니 이불 속에 오롯이 파묻혀 잠이 들었다.
그때  알게 됐다. 연이가 천둥을 무서워 한다는 것을..
그 후로도 천둥 치는 날엔 어김없이 경련을 일으킨다.
오늘 저녁에도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단순한 비는 연이를 겁 주지 못한다.
오직 천둥만이 연이의 아킬레스건이 된다.
천둥만 치면 콩이, 희동이(고양이), 북봉이(문조)가 모두 내 무릎으로 올라와 옹기종기 앉아 있는다 해도 연이는 주먹을 날리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동안 천둥소리가 시작됐고 이십여분 동안 이어졌다.
밥을 먹으면서 우리 가족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연이를 안아 주었다. 연이의 예쁜 갈색 눈동자가 ' 나 진짜 진짜 무섭거둥? ' 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겁을 먹은건 분명 하지만 그 틈을 타 응석을 부리는 거 같아 귀엽기도 하다.
곧 장마철이 되면 천둥 치는 날도 많을텐데 우리 연이는 또 그 때마다 혀를 쏙 빼고 팔 다리를 벌벌 떨면서 빨리 안아달라고 보챌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흔쾌히 연이를 안아 들고, 함께 천장을 두리번 거리며 말할거다.
" 네 눈에는.. 뭔가가 보이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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