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온 사진 두 장.
여동생이, 돌아가신 아빠의 유품 중 하나였던 낡은 다이어리 중 일부를 찍어 보내왔다.
친정집에 보관돼 있던 것을 몇 년 전 가져간 동생이 아빠가 써놓은 71년도 어느 날의 일기를 들여다보다가 글씨도 알아보기 어렵고 한문이 많이 섞여 있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서 사진으로 내게 보낸다고 했다. 변색된 낡은 종이엔 박력 넘치는 필체로 빼곡히 적어 내려간 아빠의 하루가 적혀 있었다.
일기의 제목은 兄弟(형제).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아빠는 작은 아빠에게 돈을 빌리러 가셨나 보다.
천천히 글자를 확대해서 읽어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갓 대기업에 취직한 동생에게 힘이 되어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돈을 빌리러 가는 형으로서의 무거운 마음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이 구구절절이 적혀 있었다.
내 어릴 적 기억 속 아빠는 늘 유머러스하고 자식들에게 다정한 아빠였지만, 워낙 병약해서 생활력은 강하지 못했다는 걸 나는 안다.
71년도 가난한 살림에 어린 세 딸과 아내를 책임지고 병마와 싸워야 했던 아빠가 동생에게 돈을 빌려온 그날에 다이어리를 펼치고 일기를 쓰면서 "고맙다. 兄이 꼭 보답하마."라고 적어 내려가는 쓸쓸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
코끝이 찡하다.
어쩌면 아빠는 동생으로부터 돈을 차용했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서... 아니면 나중에라도 누군가 그 일기를 보고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는지도...
핸드폰을 켜고 다시 한번 아빠의 일기를 읽어 본다. 가장의 슬픔이 느껴져서 나도 자꾸만 슬퍼지는 여름밤.. 창밖에는 내내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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