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그리고...

롤리팝귀걸이 2024. 9.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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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인 오늘 아침은 알람을 해제해 놓고 10시 반이 넘도록 늦잠을 잤다.
밤 사이 우리 집 동물들이 협소한 내 등짝을 도움닫기 삼아 침대 위를 날라 다니고, 할짝할짝 물을 먹고 오도독 거리며 사료를 먹는 소리를 모두 들으며 가수면 상태로 자다가 새벽녘쯤 이 녀석들이 놀다 지쳐 잠들 때에 맞춰 나도 숙면에 들어갔다.
방 문 앞에 울타리를 세워놓고 방으로 통하는 베란다 통로에도 높은 수납형 의자를 놓았지만, 높이뛰기 선수인 녀석들을 막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일로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수면의 질보다 콩이, 연이, 희동이가 소중하니까.
집안이 어두운걸 보니 비가 올 모양이다.
쉬는 날에 내리는 비라니, 너무 좋잖아~
캐비넷을 열어 안성탕면을 꺼내고 달걀한알을 가져와 라면을 끓인다. 지난주 아들아이가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다녀온 여수에서 사 온 잘 익은 갓김치를 접시에 가지런히 옮겨 담고 약간 덜 익힌 라면을 후후 불어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창으로 들어오는 비냄새가 섞인 시원한 바람. 오랜만에 먹는 만족스러운 라면맛.
역시~ 행복은 크거나 멀리 있지 않다.
설거지를 하고, 세탁바구니의 빨래들을 분류해 세탁기에 넣고 들어오니 콩이, 연이는 쇼파에서, 희동이는 전용 의자에서 하품을 하며 낮잠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니 늬들이 밤새 잠도 없이 뛰어다니능겨~"
그나저나 오늘은 무얼 할까.
오랜만에 수영이나 다녀올까..
기분전환 삼아 아이샤핑이라도?
비가 그치면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가서 산책코스에 있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고소한 소금빵이나 두어 개 사 올까..
그러고 보니 커피를 잊고 있었다.
캡슐커피를 내리고 얼음은 다섯 개만..
쇼파에 거꾸로 놓인 쿠션을 한쪽으로 치우고 깊숙이 앉아서 진한 커피를 입안 한가득 머금어 본다.
빨래가 돌아가는 작은 소음과, 나의 움직임을 관찰하느라 졸린 눈을 감지 못하는 저 말썽쟁이 세 마리의 시선과, 거실 한쪽에 놓아둔 새로 바꾼 디퓨저의 편백향을 천천히 음미해 본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평온한 나만의 시간을 아껴가며 종일 이렇게 앉아 있고 싶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의 계획은 [무작정 늘어져 있어 보기]로 정한다.

음.. 가만있어보자.
안방에 침대시트를 언제 갈았지..?
아침에 북봉이(새) 사료를 줬나 안 줬나.?
참~ 베란다 물청소 한번 해야 되는데.. 화분에 물도 줘야 되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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