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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꽤나 힘들었던 여름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이틀 전쯤부터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지는 걸 보니 끈적이던 여름이 손 흔들며 저만치 떠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계절이 바뀌기 시작할 때의 소소한 변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겨울이 시작될 때엔 낙엽이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 같은 걸 느끼곤 하는데 나는 그걸 겨울의 냄새라고 믿는다. 어쩌면 먼 곳에서 그즈음 실제로 낙엽을 태우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해마다 그 냄새를 맡곤 한다.
계절이 바뀔 때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각도가 달라지고 습도가 달라지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들렸던 요란한 매미소리는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풀벌레소리가 고요한 아파트 단지에 가득하다. 갱년기 불면증으로 쉽게 잠이 들지 못하지만, 쩌렁 거리는 매미 소리와는 달리 풀벌레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려서 편안하다.
슬슬 우리 집 동물들도 털갈이가 시작될 거고 여름내 말끔했던 내 발뒤꿈치도 건조해지겠지만, 나는 반갑게 가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가을엔 커피향이 깊어진다.
가을엔 여름내 싱겁던 무에 단맛이 들고, 일 년을 기다려 온 큼직한 사과대추도 사 먹을 수 있다.
강아지들과 산책 나가기에 더없이 좋은 날들일 거고 아름답게 물드는 나무들을 보면서 눈호강도 할 수 있고, 차 안 어딘가에 숨어서 액셀을 밟는 내 발등을 따갑게 물어뜯던 얄미운 모기도 곧 사라질 것이다.
기대할것이 너무나 많은 멋진 가을님~
격하게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