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서너 번, 옷들을 정리한다.
봄부터 최근까지 입었던 하절기 옷들을 집어넣고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입을 옷들을 꺼내는 과정인데 매번 한 보따리씩 버려도 또 그만큼의 버릴 옷들이 나온다.
나름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데도 이 모양이다.
워낙 옷을 좋아하는 데다가 예전에 옷가게를 오래 했던 탓에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변명을 하지만 사실 특별히 애정하는 옷 몇 가지 외에 오래된 옷들은 많지 않다.
옷을 정리하는 기준!
대체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버릴지 말지의 기준은 " 2년 동안 안 입은 옷은 버려라." 든가 "설레지 않는 옷은 버려라."인데 나의 기준은 후자 쪽에 가깝다.
입고 싶은 기대감이 들지 않거나 입고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으면 나는 과감하게 그 옷을 버린다.
사서 몇 번을 입었다는 횟수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입지도 않을 옷을 계속 봐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불편한 경험을 준 스타일의 옷을 통해 두 번은 실패하지 않을 학습을 한 것으로 만족한다.
거하게 집안 정리를 하는 날에는 왠지 중식이 땡긴다. 이사 가는 날은 으례 짜장면에 탕수육을 시켜 먹게 되는 거처럼...
점심으로 얼큰한 차돌짬뽕 한 그릇을 배달시켜 먹고 오전에 이어 다시 옷을 추려내고 채워 넣고 페브리즈를 뿌려 베란다에 걸어놓는 일을 반복한다.
아울러 장롱을 열어 텐션이 떨어진 이불과 베개, 쿠션들도 골라내고 장롱 속 먼지도 싹 닦아낸다.
아직 정리가 덜 끝난 장롱 속 이불을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희동이 덕분에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난장판이 된 방을 둘러본다.
휴~~ 저것들을 언제 다 정리하지?
정리 중인 장롱 안에서 졸고 있는 희동이^^
커다란 쇼퍼백 세 개 분량을 의류함에 내다 버리고 돌아온다.
이 날아갈듯한 홀가분함이라니~~
덜어내고 비운만큼 새로운 에너지로 리프레시된다.
예전에는 버린 만큼 사들이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비워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채우는 욕심보다 비울 때의 해방감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종일 뒹굴대며 푹 쉬어야겠다던 계획은 무산됐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집을 보는 행복이 훨씬 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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