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꽤나 힘들었던 여름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이틀 전쯤부터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지는 걸 보니 끈적이던 여름이 손 흔들며 저만치 떠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계절이 바뀌기 시작할 때의 소소한 변화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겨울이 시작될 때엔 낙엽이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 같은 걸 느끼곤 하는데 나는 그걸 겨울의 냄새라고 믿는다. 어쩌면 먼 곳에서 그즈음 실제로 낙엽을 태우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해마다 그 냄새를 맡곤 한다. 계절이 바뀔 때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각도가 달라지고 습도가 달라지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들렸던 요란한 매미소리는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풀벌레소리가 고요한 아파트 단지에 가득하다. 갱년기 불면증으로 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