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저는 괜찮을까요?

롤리팝귀걸이 2024. 7. 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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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무일에 병원 통증의학과에 들러 의사의 진료를 받고 도수치료도 받는다.
30대의 친절한 남자 도수치료사에게서 한시간 동안 치료를 받는데, 1:1로 받는 길다면 긴 시간이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내가 치료사의 엄마와 비슷한 나잇대라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지 결혼 3년차의 가장으로서 궁금한 사적인 것들을 내게 묻기도 한다. 질문을 받으면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얘기 해주는데 치료사쌤의 리액션이 넘 좋다보니 더 신이 나서 자꾸 주절 거리게 된다. 오늘의 주된 대화는 크게 두가지 였는데, 하나는 치료사가 치료를 하면서 여기는 어느 부위이고 어떤 기능을 합니다~ 등의 설명을 해 주는것이 환자 입장에서 볼때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 하는 다소 의례적인 질문이었다.
"몰랐던 몸의 구조나 기능을 자세히 알게 되니까 왜 통증이 생겨나고 계속 아플수 밖에 없는지 이해 할수 있어서 좋아요." 라고 나 역시 의례적인 대답을 하고 보니 이런 말은 누구나 해줄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그런 질문을 받은 김에 내가 생각하는 찐피드백을 해주고 싶었다. 일단 나란 사람을 놓고 보면, 심각하게 아파져야 병원을 찾아 가는 편이다.
미련한 부분이기도 한데, 일단 주사가 무서워서이기도 하고 자연치유를 기대하는 맘도 있다.
그런데 몇 년전에 눈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서 안과를 찾았다가 의사의 권유를 받고 양안 모두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을 권하면서 수술 후 신세계를 보게 될거라던 의사의 장담과는 달리 설명하기도 힘든 심한 통증과 불편감으로 2년 이상을 아주 크게 고생했고 불행하게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이 나아졌다고 할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안과수술 후 심한 불편감을 호소하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라고 말하던 의사는, 시간이 꽤 지날때까지도 안좋은 상태가 지속되자 내가 예민해서 그런거라면서 고통의 원인을 나의 탓으로 몰아갔다.
그 의사를 신뢰 할수 없어 큰 대학병원을 찾아가 다시 검사를 했고 통증의 이유와 해결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다른 병원 의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개선할 방법이 없고 이젠 어쩔수 없다는 얘기와 수술을 너무 일찍 받아서 생긴 부작용이니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다며 자기식구 감싸기 식의 얘기들만 늘어 놓았다.
그때 그들에게 묻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실명이 되진 않을까요?" 라고.. 하지만, 나는 안과 의사들을 더이상 신뢰할수 없었고 그런 질문을 한들 진실한 대답을 들을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과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나는 끝내 묻지 않았다. 어차피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니 실명이 현실이 되면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도수치료사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환자가 현재 무엇을 제일 걱정 하고 있을지를 생각해서 말해주면 좋을 거 같다고 얘기 했다.
" 혹시 실명 될까봐 걱정이 되실수도 있는데, 실명을 하진 않으실 겁니다! " 라고 누군가 말해줬다면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고 맘이 훨씬 편해졌을 거 같다고...
최선을 다해 치료해 드릴테니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면 환자 입장에서는 큰 위로가 될 거 같다고...
내 이야기를 들은 치료사는 자신에게 너무 큰 도움이 될만한 말을 들은 거 같다며 여태 고객들에게서 들은 피드백 중에서 젤 인상적이라고 말해 주었다.
치료사의 두번째 질문은 치료사의 개인적 질문이라 여기에 쓰진 않겠다.
병원을 나와 차를 끌고 도로를 달리면서 잠시 잊고 있던 내 눈 상태를 자가점검 해본다.
오늘은 통증은 크지 않고 이물감도 적은 편이다. 눈을 가득 채운 지독한 비문증은 여전하고 눈 시림과 건조증은 so so~ 늘 오늘 정도만 유지해도 견딜만 하다. 통증이 심한 날엔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고통일 정도니까..
이러다가 정말로 실명이 되는 건 아닐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도 충분 할거라고 다시한번 나를 토닥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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