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토요일의 점심시간.
유부초밥으로 점심을 먹고 그나마 바람이 좀 부는 벤치로 나와 여유롭게 유투브를 본다.
잠시 후 젊은 아빠와 4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가 앉은 벤치 한쪽 끝에 와서 앉는다.
아이 엄마는 쇼핑 중이고 그 동안 아빠가 아들과 놀아주는 걸로 보인다. 한창 뛰어 다닐 나이인 아이가 통로를 왔다갔다 뛰어 다니는 동안 아빠는 사람들이 지나갈 땐 뛰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서 아이를 애정 가득한 눈으로 지켜 본다. 아빠가 같이 놀아 주기를 원하는 아이가 아빠에게 다가와 묻는다.
"아빠는 왜 나랑 같이 안 뛰어?"
아빠의 대답이 놀랍다.
"아빠는 에너지를 아껴 써야 돼. 지금 에너지를 다 쓰면 출근해서 일할 때 너무 힘들거든. 그래서 같이 계속 뛰어 다닐수가 없어. "
부라보~ 세상에 저렇게 멋진 아빠를 봤나! !
종일 뛰어도 지치지 않을 아이에게 보통의 아빠들은 "아빠 힘들어~"라고 말하지 않을까?
물론 어린 아이가 아빠의 말을 잘 이해 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그런 식의 설명을 해줄수 있는 아빠는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오전에 커피를 사러 커피숍에 갔을 때 너댓살로 보이는 딸아이가 옆에 있는 언니의 빵을 집었다는 이유로 토르주먹 같은 큰 손으로 작은 딸의 머리를 쥐어 박는 드럽게 고약한 엄마를 봤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런 아빠였다면 언니의 빵을 집은 딸아이에게 조금 더 친절할수 있었을텐데 어린 딸의 여물지도 않은 작은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무식한 엄마를 가진 아이가 안스럽다.
쇼핑을 끝낸 아내에게 문자가 왔는지 "우리 이제 엄마한테 가자~" 며 아이를 데리고 장난스럽게 뛰어가는 아삐가 멋지게 보이는 후텁지근한 토욜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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