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서핑의 계절이 왔다!

롤리팝귀걸이 2024. 7. 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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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딱 이맘때, 친정 식구들과 1박2일의 짧은 여름 휴가를 갔었다.
제일 빠른 오전 9시 반 서핑 강습을 받기 위해 친정 엄마를 포함한 여덟 명이 새벽부터 만나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졸린 눈 비벼가며 양양으로 출발 했다.
서핑의 성지 죽도 해변에 도착해 일단 파라솔을 대여하고 돗자리를 폈다. 엄마와 언니, 남동생 내외가 파라솔 그늘에 앉아 간식거리를 까 먹는 동안 나와 여동생은 듬직한 두 명의 조카와 함께 서핑 이론 강습을 들은 뒤, 바로 서핑 수트로 갈아 입고 서핑 보드를 받았다. 서핑보드의 무게가 꽤 나가서 여자의 힘으로 들고 다니기는 좀 버거웠지만,  어찌저찌 바다까지 보드를 가지고 이동한 뒤 잠깐의 실기 강습을 받고 서핑보드에 달린 수갑(?) 같은 걸 내 발목에 채웠다. 이제부터 보드와 하나가 되어 넘실대는 파도를 탄다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죽도해변에 서핑스쿨이 많다보니 서핑 하러 온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나와 여동생 또래로 보이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십대의 파워를 오늘 제대로 보여 주게쒀~~
동생과 나는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지체없이 바다로 뛰어 들었다.
서핑을 가르쳐 주는 젊은 강사들의 지시에 따라 멀리서 다가오는 큰 파도를 기다렸다가 보드에 올라탔다. 1. 보드에 엎드려 고개를 들고 팔을 저으며 앞으로 나간다. 으쌰으쌰 ~
2. 다리를 세우고 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중심을 잡고 일어 선다~~~~ 🏄‍♀️
어라~ 나 혹시 서핑천재?
라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입수!
짜디 짠 양양표 바닷물로 실컷 가글하고 다시 파도가 오는 방향으로 턴 하기를 수차례.
서핑보드에 얻어 맞고 파도에 얻어 맞고 미역줄기 같은 내 머리채에 얻어 맞고 아주 원없이 얻어 맞다가 드디어 보드 위에 우뚝 서서 파도를 타는 순간이 찾아 왔다. 잠깐이었지만, 양팔을 크게 벌리고 서서 넘실 거리는 파도를 타는 기분은 황홀했다.
지금 다시 생각 해봐도 멋진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찾아 온 서핑의 계절..
아쉽지만, 이번 여름은 아픈 어깨 때문에 서핑을 할수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컨디션이 회복되는 또 다른 해의 여름이 오면 난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서핑수트를 입고, 내 키 보다 큰 보드를 번쩍 들고서, 커다란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푸른 양양 바다로 거침없이 첨벙~ 뛰어 들 것이다.

             왼쪽이 동생, 오른쪽이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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