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당신은 이타적 입니까? 이기적 입니까?

롤리팝귀걸이 2024. 7. 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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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씩 나는 병원의 통증의학과를 방문 한다. 왼쪽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의 어깨 통증과 고질적인 테니스 엘보를 치료 하기 위해서이다.
의사들의 진단은 안들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뻔하다.
" 아이구~ 일 많이 하셨죠? 아프실만도 하시네요. " 라든가 " 이제 많이 아프실 나이죠. 오래 쓰셨으니 고쳐가며 쓰셔야겠죠?" 라든가..
뭐 그런 식이다.
둘 다 맞는 이야기이다.
몸 아끼지 않고 힘든 일을 하며 살아 왔고, 갱년기다 뭐다 이곳 저곳 고장 날 때이기도 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도수치료를 받거나 환부에 뻐근한 주사를 맞다 보면 내 몸을 너무 아끼지 않고 혹사 시켜 온 건 아닌지 스스로를 자책 하게 되기도 하지만,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로 여기고 잘 치료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살아 온 연식만큼, 나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아 왔다.
식당을 10년간 운영 하면서 내 가게를 거쳐간 알바들만 해도 십수명은 될테니까..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 해주는 사람.
내 눈치를 슬슬 살피면서 내가 볼 때만 바쁜 척 움직이는 사람.
자신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떠들어 대며 옆에 있는 동료의 도움을 대놓고 바라는 사람.
자로 잰 듯 계산해 가며 남이 하는 딱 그 만큼만 일 하려는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아온 경험 덕분에 그들의 패턴을 보면 그 사람의 인성까지도 대충 감이 잡힌다.
몸을 사리지 않는 사람과 몸을 쓰지 않으려는 사람의 차이를 한 글자로 말한다면 "이타심"과 "이기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타심이 기본 옵션으로 장착된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다. 내가 그 일을 하면 힘이 든다는 것을 물론 알지만 남도 똑같이 힘들거라고 인지 한다.  당장은 조금 손해를 보는 거 같지만, 자신이 두 팔 걷어 부치고 후딱 해 버리면 맘이 편해지는 착한 사람들이다.
그것은 옆에 있는 사람이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타인을 배려하는 선한 마음에서 나오는 이타적인 행동이다. 이기심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이기심을 당연한 걸로 여기거나, 자신이 똑똑하고 눈치가 빨라서 남보다 일을 덜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것은 대단히 오만하고 불량한 착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타심도 너무 지나치면  좋지 않겠지만, 이기심이 지나친 사람은 최악의 기피 대상이 된다.
일과 관련 되지 않은 사람이나 가족들을 제외하면, 그런 이기적인 성향의 사람들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좋은 사람들은 그저 배려와 이타심이 많은 것일 뿐 나쁜 사람을 못 알아 볼 정도로 바보인 건 아니니까..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젊은 새댁부터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왕언니들까지 고루 함께 일 해 보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대부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주고 얼굴 붉힌 적 한번 없이 즐겁게 일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이기적 유전자로 똘똘 뭉친 사람도 몇 있긴 했는데, 그런 사람들은 사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가게를 그만 두는 사람들과는 꽤 오래 연락하며 지내는 편이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은 다시는 보지 않는다. 지금은 자영업을 하지 않지만,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나는 불가피하게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직원이거나 파트타임 알바이거나 상관없이 여전히 내 주위에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합리적으로 판단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나는 다행히 이타적인 쪽에 가까울 듯 하다.
글의 서두에, 내 몸을 아끼지 않고 혹사 시켜 온 나 자신을 자책할 때가 있다고 썼다. 10년간 사람들을 고용해 식당을 운영 하면서 나는 사장 행세만 하며 그들을 부리지는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위험하거나 무리한 일은 내가 도맡아 하거나 정중하게 도움을 청하는 정도였지 뒷 짐 지고 서서 이거 하세요 저거 하세요 해본 적은 맹세코 없다.
"제가 이렇게나  이타적인 사람입니다! " 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내 몸뚱이 닳을까봐 힘든 일은 다 남 주고 몸 사리며 살았다고 가정해 본다. 어쩌면 개고생 마다 않고 살아 온 사람들보다 손에 주름도 적고 뼈마디도 덜 아파서, 밤엔 뒤척이지도 않고 아침까지 깊은 숙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요령껏 일하지 못하고 투정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한심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서 ~ 과연 얼마나 더 행복하고 얼마나 더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이며 얼마나 더 스스로 뿌듯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곳에서든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우월해진 세상이라지만,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수 있어야 사람답다.
내 몸띵이가 소중한만큼 타인 역시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 사람답다.
일 더하기 일은 이, 이 빼기 일은 일 같은 계산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마음을 갖는 사람이 사람답다.
사람은 사람다워야 진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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