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울 푸드라는 말을 가끔 사용하는 편이다.
내가 말하는 소울 푸드의 의미는 내가 기분이 우울 하거나 혹은 기운이 없을 때 그것을 먹음으로써 에너지를 얻게 되는 그런 음식을 말하는데, 사전적 의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고유 식문화, 전통적으로 미국 남부 흑인들과 관련된 음식을 말한다고 한다.
나의 소울 푸드는 떡국이다.
어릴 때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가장 큰 이유가 떡국 때문이었을 정도로 나에게 떡국은 특별한 음식이었다.
결혼을 하고 처음 맞는 설날이 됐을 때 시댁은 떡국을 안 끓이고 오로지 김치만두만 넣어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시어머니가 손수 빚으신 만두는 맛이 좋았지만, 시댁에서의 첫 떡국을 기대 했기에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다행히 지금은 시댁에서도 만두 위주의 국에 떡을 조금 넣어 끓이기는 한다.
나는 왜 떡국을 좋아할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떡국이 너무 맛있어서?
사실 친정 엄마의 음식 솜씨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맛 때문은 아니었을 걸로 생각이 된다.
사실 가래떡에 대한 기억만 놓고 보면 좋은 기억은 없다. 내가 어릴 때는 대부분의 가정이 미리 불려 놓은 쌀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기계로 빻고 쩌서 직접 가래떡을 뽑아오는 절차를 거쳤는데,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앗간 앞에 긴 줄을 서서 쌀 빻을 차례를 기다려야 했는데, 우리 세 자매들은 교대로 번갈아가며 줄을 서야 했다.
추운 겨울 날 얄팍한 솜잠바를 입고 긴 시간 동안 방앗간 앞에 서 있는 게 어린 아이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뿐인가?
엄마는 늘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을 딸들에게 썰게 했는데 아이들 손으로 큰 칼을 쥐고 썰다 보니 몇 개만 썰어도 금새 손에 물집이 잡히곤 했었다.
그래도 난 떡국이 좋았다.
제사가 끝나고 식사를 마친 뒤에도 솥에 남아 있는 퉁퉁 불어 터진 떡국을 다시 건져 먹곤 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에게 떡국이 왜 소울 푸드일까?
떡국이 주는 정서 때문일거라고 생각한다.
그 떡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달달 떨며 긴 줄을 서고, 동그랗고 말랑 거리는 물집이 터졌을 때 그 따가운 통증을 참아 내야 하지만, 설날 아침 몇 안되는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찾아 오고 함께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뜨거운 떡국을 떠 먹는 그 정서.
어릴 적부터 쌓인 그 하나 하나의 정서 덕분에 나는 지금도 떡국을 즐겨 먹는다.
팩에 담긴 인스턴트 사골국을 붓고 잠시 불려 놓은 쌀떡과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야채들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후추와 김가루를 잔뜩 넣고 끓이는 게 나의 레시피이다.
안 좋은 일로 기분이 처지거나 감기기운이 있어 목이 붇고 따가울 때 나는 떡국을 끓인다.
그 따뜻한 한 그릇을 잘 먹고 나면 그것이 나에게 주는 긍정의 에너지로 얼마간은 힘을 낼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나는 그것을 " 떡 국 " 이라고 부르고 " 나의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 " 이라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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