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자는 동안 계속 꿈을 꾸고 아침에 깨어나서도 간밤의 꿈들을 거의 기억 한다. 그만큼 숙면 하지 못해 피로가 쌓이기는 하지만, 신비로운 꿈도 많이 꾸기 때문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재밌는 영상을 보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어젯밤에는 내 방 사방에 거미줄이 처지고 큰 거미들이 벽마다 붙어 버티고 있는 꿈을 꾸었다.
거미가 지키고 있는 방문을 지나는 게 무서워서 방 밖으로 나가질 못하고 덜덜 떠는 요상한 꿈이었다.
꿈을 많이 꾸다 보니 확률상 예지몽을 꾸는 경우도 많다. 꿈에서 일어난 일들이 현실에 일어나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그런 일이 생길때면, 이러다가 신내림이라도 받게 되는 거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수롭지 않은 수준의 예지몽들이다.
거미줄과 거미의 꿈은 무슨 의미일까..
점심을 먹고 야외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우연히 바닥을 보다가 테이블 다리에 붙어 흔들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작은 딱정벌레 하나가 거미줄에 걸려 있었다. 거미나 딱정벌레나 똑같은 생명이지만, 나는 약자로 보이는 딱정벌레 편에 서고 싶었기 때문에 나뭇잎을 하나 주워 딱정벌레를 거미줄에서 떼어 내 주었다. 거미는 외출 중인지 보이질 않고 거미줄을 벗어난 딱정벌레는 아직 살아 있었다.
다리에 붙은 끈적한 거미줄 때문에 잘 걷지는 못했지만, 살고자하는 의지가 명확해 보였다.
딱정벌레의 다리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몸에 감긴 하얀 거미줄을 손으로 떼어내 주었고 다행히도 딱정벌레는 잔디밭 사이로 숨어 들어갔다.
불현듯 거미꿈이 떠올랐다.
꿈속에서 거미줄에 둘러 싸여 옴짝달싹 못하던 나는 방금 자유의 몸이 된 딱정 벌레의 심정을 미리 경험했던 건 아닐까? 내가 거미줄이 가득한 방안에 갇힌 공포를 실감한 뒤라서 딱정벌레의 절실함을 좀더 공감할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꿈보다 해몽이란 말은 이런 걸 두고 쓰이는 말이겠지만, 어쨌든 작은 생명 하나를 구한 기쁨으로 만족한다. 나 때문에 점심을 굶었을지도 모르는 거미에게는 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