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1. 인썸니아

롤리팝귀걸이 2024. 6. 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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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다시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오늘 밤에만 벌써 세번째 껐다 켜는 반복을 하는 중이었다.
첫번째로 스위치를 켠 건 귓가에 윙윙 거리는 모기 때문이었다.
J는 모기가 1분만 소리를 참고 기다려 줬더라면 잠이 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모기를 원망했다.
기어코 잡아내서 응징하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잠들기 직전까지의 노력을 허사로 만든 모기를 그 방에서 살아 나가게 둘 수 없다고 생각한 J는 거실로 나가 붙박이장에 넣어 두었던 모기 살충제를 꺼내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모기를 찾기 시작했다. 형광등만으로는 모자라 핸드폰 손전등까지 켜고 사방 벽과 천장을 구석구석 훑어보고 침대 헤드 틈새와 커텐 뒤까지 치밀하게 뒤졌지만 모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도그럴것이 J의 눈은 노화로 인한 비문증(눈 앞에 먼지나 날파리 같은 것들이 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심각한 수준이라 설령 모기가 벽  한가운데서 나 잡아봐라~붙어 있어도 J의 눈에는 눈 안에 있는 이물질로 보였을 확률이 높았다.
무심히 긁고 있던 손등을 들여다 본 J는 모기와의 싸움에서 1패 했음을 인정 했다. 손등과 종아리, 왼쪽 두 번째 발가락이 이미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모기를 더더욱 살려 보낼수 없다고 생각한 J는 문이 닫힌 방 안 전체에 모기살충제를 뿌려 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기 뿐만이 아니라 J 자신 역시 살충제를 들이 마셔야만 하는 극단적이고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J는 개의치 않았다. 모기가 살충제에 노출 될 동안 맑은 공기가 있는 거실로 나가 있는게 현명하다는 걸 J도 모르지 않았지만, 허락도 없이 자신의 피를 도둑질 해 간 모기의 최후를 똑똑히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비문증이 가득한 눈을 치켜 뜨고 어딘가에 붙어 있다가 추락 하는 것이 없는지 탐색하던 J는 결국 모기의 사체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방금 생을 마감한 까만 모기는 언듯 보면 한 점의 먼지 같이 하찮게 보였지만, J가 휴지로 그것을 살짝 짓이겼을 때 그것은 잔인무도한 흡혈귀처럼 조금전에 마신 J의 붉은 피를 토해냈다. J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의 피가 묻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승리의 기쁨을 느끼며 형광등 스위치를 off하고 J는 다시 잠을 청했다.
미어캣 한 마리, 미어캣 두 마리, 미어캣 세 마리...
J의 상상 속 미어캣들이 뒷 다리로 일어서서 일제히 왼쪽을 봤다 오른쪽을 봤다 하며 숫자를 불려 나갔다.
이번에는 성공할 거 같군!
마지막 미어캣을 불러 내려는 순간 아파트 밖에서 느닷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저 소리는 또 뭐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 J는 그 소리가 아파트 뒤 공원에 있는 물웅덩이에 사는 맹꽁이 소리라는 걸 알아냈다. 이런 맹꽁이 같은 녀석을 봤나! !
새벽 세 시가 넘은 이 시간에  잠도 없는 맹꽁이 한 마리의 독창이라니... 둥그런 형태로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가 마치 오페라 하우스라도 된 듯 맹꽁이의 노래를 웅장하게 승화 시키고 있었다.
아.. J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형광등 스위치를 켰다. 이젠 맹꽁이를 잡으러 나가야 할까?
J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거실로 나가 베란다 창부터 방안의 창문까지 완벽하게 닫고 나니 그제서야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았다. 아.. 제발 좀 자자.
다시 형광등 스위치를 끄고 침대로 들어간 J가 머릿속으로 첫번째 미어캣을 불러 내려고 할 때였다.

2편에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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