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의 단면

3. 니들이 김치찌개 맛을 알어?

롤리팝귀걸이 2024. 6. 1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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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집 사장으로 불리는10년 동안 나는 많이 변했다.  손에 물 마를 새 없이 고생을 했더니 그 곱던 손이 쪼골쪼골 할머니 손이 되더라~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와서 메뉴에도 없는 비빔국수를 시키는 남자 손님이 있었다. 김치찌개 전문점이라고 설명을 하고 내보낸지 두시간만에 그 손님은  다시 나를 찾아 왔다. 찌개 냄비를 올리는 가스렌지 불판을 번쩍 치켜 들고, 자신의 어깨에도 채 닿지 않는 작달만한 여사장의 멱살을 움켜 쥐는 그런 손님(?)을 만나는 일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어느 날은 멀쩡하게 생긴 젊은 여자 혼자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나서는 이미 계산을 했다며 카드 대신 오리발을 내밀고,  급기야 식탁을 뒤집어 엎고 소주병을 깨 부수며 난동을 피우다가 경찰서에 연행 되는 것을 보는 일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디 이거 뿐일까. 셀 수도 없이 많은 당황스럽고 비상식적인 일들을 겪었다.
그러면서 나는 변해갔다. 처음에는 매번 무섭고 속 상하던 일들이 장사를 그만 둘 즈음에는 전혀 무섭거나 속도 상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빽이 있었다. 물론 112만 누르면 출동 하는 경찰들이 가장 큰 빽이었지만, 사실 나를 지키는 빽은 나 자신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면서 쌓은 내공이 나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빽이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진상 고객들 덕분에 나는 강해질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10년 동안 우리 가게를 빛내주신 상똘아이 8인방과 잔잔바리 진상 고객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당신들 덕분에 경찰서도 가 봤고 당신들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구경도 좀 한거 같고 당신들 덕분에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음을 깨닫게 됐고 당신들 덕분에 10년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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