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업의 단면

2. 니들이 김치찌개 맛을 알어?

롤리팝귀걸이 2024. 6. 1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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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안 해 본 게 없는 나였지만, 그때까지 식당일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나름 음식 솜씨가 있다는 소릴 듣는 편이었지만,  돈을 받고 음식을 판다는 것은 경험이 없는 나 자신에게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손님이 너무 적었다.
평일은 근처 직장인들이라도 몇 명씩 찾아 왔지만, 비라도 내리는 주말이면 한 냄비도 못 팔고 퇴근하는 날도 종종 있었다. 내가 식당을 차린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맛만 있으면 산골 오지에 차려놔도 사람들이 찾아 간다는 얘기였다.
외진 골목에 위치한 가게 자리도 문제였지만, 결국은 맛이었다.
빚을 내서 시작한 장사였지만, 국내산 채소를 쓰고 질 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했다.
이 집은 반찬 가짓수가 적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김치찌개 가격이 워낙 쌌기 때문에 가짓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에 몇가지 안되는 반찬에 최대한 정성을 쏟았다.
맛있는 김을 찾아 한장씩 정성껏 구워 냈고 콩나물 하나를 무치더라도 질 좋은 참기름으로 버무렸다.
처음 이삼년은 꽤 고생을 했던 거 같다. 금전적,심리적,육체적 3박자의 불협화음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단골이 조금씩 늘어 나고 수입도 차츰 늘어 갔다.
식당을 하겠다고 했을 때 3개월 버티면 다행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의 호언장담에 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자신이 자랑스럽던 시기였다.
(3편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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