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혜화역 1번 출구

롤리팝귀걸이 2024. 11. 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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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직장동료로 만나 30여 년간 긴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 친구가 있다.
점심약속을 하고 어디서 볼까 의논 끝에 오랜만에 혜화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낙엽 지는 마로니에 공원도 걷고 맛있는 점심도 먹기로 했다.
혜화역 1번 출구 앞.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그야말로 젊음의 거리 대학로..
친구 하나가 조금 늦을 거 같단다.
먼저 만난 친구와 역 부근을 둘러보다가 액세서리를 파는 팬시점에 들어갔다.
가방에 달고 다닐 작은 천 원짜리 참장식을 하나 골랐더니 친구가 선물이라며 천 원을 대신 내준다.
아싸~ 득템^^

                 친구가 사준 맘에 쏙 드는 선물.

친구 하나가 마저 도착했고 우리는 고민 끝에 점심메뉴를 닭갈비로 정했다.
모짜렐라 치즈와 우동사리가 듬뿍 들어간 철판 닭갈비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우리들은 붐비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 마로니에공원을 갔다.
예쁘게 물든 나무들 아래로 빼곡히 앉아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



대학로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도 있고 연극분장을 한 사람들도 있다.
다들 평화롭고 자유롭게 보인다.
20대 초반, 집에서 전철로 한 번이면 갈 수 있는 대학로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가시간을 많이 보냈었다.
그때의 나와 3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나.
뽀얗고 통통하던 젊은 손은 이제 도드라진 푸른 혈관들과 주름들이 가득하고, 맑게 빛나던 눈은 동태눈알처럼 탁해지고 흐려졌지만, 어쩌면 마음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변하질 않는 건가...
그때의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속도로 늙어져 이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손주 이야기를 하고 군대 간 늦둥이 아들 이야기를 한다.
손목이 아파서 병원을 다닌다는 친구의 손을 가만히 잡아본다. 나도 아픈 걸로 치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늙어가는 친구가 안쓰럽다.
카페에 가자는 내 말에 두 친구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지금 커피 마시면 밤에 잠 안 와~~!"
나와 많이 닮아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오늘도 행복한 날이다!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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