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 내에서의 믿음과 유대감이 깨지면 그곳에서 계속 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숲을 벗어나야 비로소 산 전체를 볼 수 있듯이 다니던 직장을 떠나고 보니 리더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미성숙한 한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 실감된다.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며칠 쉰다고 아픈 몸이 회복되거나 바닥난 에너지가 만땅 충전되는 건 아니지만,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강아지들을 쓰다듬거나 사랑스런 고양이와 잠깐씩 낮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디톡스가 되는 시간들이었다.
이틀 전, 새로운 직장으로 첫 출근을 했다.
내가 하게 될 일보다는 그곳의 사람들을 먼저 봤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처음부터 무언가 거슬리는 사람들은 결국은 끝도 좋지 않다.
인성이 뾰족 뾰족한 사람은 그 날선 모서리를 감추기가 쉽지 않으니까..
나이 50이 넘으면 상대방이 비교적 둥근 모양인지 각진 모양인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새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행히 둥근 모양을 하고 있었다. 휴~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과연 옳은 결정일지 자문했었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빌런을 피해서 내가 떠나는 것이 맞을지..
후회는 없을지..
멀찍이 서서 내가 떠나온 뾰족 거리는 숲을 바라본다.
잘 떠났지 싶다.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모양새를 닮아간다.
서로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둥근 사람들과 오래 즐겁게 일하고 싶다.
새로운 시작..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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