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곧 쏟아질 듯 흐린 날이다. 이틀간의 휴무가 지나가 버리기 전에 미용실에 다녀오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는 종일 모자를 쓰고 머리를 묶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헤어스타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워낙에도 펌을 해 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리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굵은 반곱슬 머리라서 매직을 하거나 펌을 해도 티가 별로 안날뿐더러 머리 손질도 잘 못하는 똥손이라 내추럴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척 하며 방치해 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다. 올해 초에 미용실을 다녀온 뒤로 반년이 지나는 동안 짧았던 머리가 꽤 길어져서 아침마다 드라이기로 말리기가 영 성가시고 귀찮았다. 길이를 좀 자르고 잔뜩 생겨난 흰 머리를 염색도 할 겸 예약을 안해도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