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40년지기 베프가 있었다. 이름은 김정숙. 정숙이는 2021년 5월에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졌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자기 관리에 열심인 친구였기에 갑자기 뇌출혈로 뇌사 상태가 됐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웠다. 여러 병원을 거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했다. 뇌사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정숙이는 긴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예쁜 바비 인형처럼 보였다. 평소 보기 좋게 태닝을 한 거처럼 가무잡잡 했던 피부는 형광등 불빛 때문인지 몹시 창백 했고 손과 발은 얼음장처럼 찼다. 나는 한참을 서서 울다가 시간이 다 됐다는 간호사의 말에 고개를 숙여 정숙이의 차디 찬 뺨에 얼굴을 대고 조용히 말했다. "정숙아. 편히 가. 다음 생애에도 우리 꼭 친구 하자." 정숙이가 쓰러진 지 일주일 만에 장례를 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