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

여름감기

나는 오후 1시가 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 온다. 오늘의 도시락은 전주비빔밥과 천도 복숭아 두 알. 여름감기를 거하게 앓는 중이라 도시락에까지 신경이 써지질 않아서 쿠팡에서 파는 냉동 비빔밥을 전자렌지에 데워 왔다. 콧물이 줄줄, 잔 기침이 있고 입맛도 없지만 차 뒷 자리에 지친 몸을 누이고 꾸역꾸역 밥을 씹어 넘긴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리고 보니 만사가 무기력하다. 검은 색 모하비 한대가 내 차 옆으로 부드럽게 주차를 한다. 운전석에서 남자가 내려 트렁크를 열고 유모차를 꺼낸다. 조수석에서는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하얗고 귀여운 포메라니안을 안고 내린다. 강아지가 너무 이뻐서 나는 밥 숟가락을 내려 놓고 그들을 본다. 부부가 포메를 다루는 손길이 너무나 섬세하다. 남자는 ..

일상 이야기 2024.06.28

2015년 늦가을의 일기

밤공기가 차다. 봄비는 내릴 때마다 기온이 상승 하지만 가을비는 내릴 때마다 겨울로 다가간다. 올해도 어느새 또 이만큼 온건가.. 매년 느끼면서도 매번 놀란다. 이래서 사람은 지난 일을 쉽게 잊고 실수를 되풀이 하고, 했던 말을 잊고 또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다시 하면서도 이게 단순한 데자뷰인지 내 망각이 만든 반복인지 분간이 어려운가 보다. 문득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잘 살고 있는건지...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생각을 해 볼 뿐 결론도 답도 없을 걸 알지만 그저 잠시 생각 해보는 거다. 그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해 본다. 떠나게 된다면 손에 든 가방은 단촐하고 의상은 만추에 나오는 탕웨이처럼 수수하고, 흙바람에 날리는 건조한..

일상 이야기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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